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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과 서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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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20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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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편견과 한계에 도전하며 시대를 사로잡은 여성,
베릴 마크햄의 단 하나뿐인 대표작
“삶은 단 하루도 지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당신이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떤 해석이라도 받아준다. 아프리카는 죽은 세계의 마지막 흔적이기도 하고, 새롭게 빛나는 세계의 요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에게 아프리카는 그저 ‘고향’이다. 아프리카에는 딱 하나, 지루하다는 형용사만 빼고 어떤 말이라도 붙일 수 있다.”
아직 훼손되지 않은 아프리카, 코끼리, 날씨, 정글, 사파리 이야기가 대부분인 아프리카, 더 어둡거나 더 밝은 아프리카. 하나의 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아프리카 중에서 베릴 마크햄은 그곳의 맥박에 젖어 산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답고 즐거운 아프리카의 모습을 완곡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아프리카에 바치는 순수한 고백이면서 동시에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나씩 성취해나가는 용감한 인물의 성장 기록이다.

ㅡ은조로 농장에서 시작된 진짜 삶
영국에서 태어난 베릴 마크햄은 네 살 때 아버지와 단 둘이 미지의 영역이던 아프리카 케냐로 이주했다. 한여름에도 눈에 덮여 있는 산머리처럼 시대의 격동에도 아랑곳없이 태곳적 순수함을 두르고 있는 케냐의 은조로 농장이 새 집이었다. 제대로 된 지붕도 창문도 없는 곳에서 원주민들과 어울리며 친구가 되고, 스와힐리어, 난디어, 마사이어를 배우고, 난디족 무라니(전사)와 밤낮을 맨발로 사냥 다니며 들과 산과 강, 그리고 야생동물의 특성을 몸으로 자연스럽게 배웠다.
사자가 그녀의 등을 밟고 서 있던 죽음의 문턱에서도, 코끼리에게 짓밟힐 뻔한 찰나의 순간에도, 하이에나가 호시탐탐 기웃거리는 위험한 곳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녀만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즐기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아프리카에서의 생존 방식이 아니라 베릴 마크햄, 자신을 위한 삶의 방식이었다.

ㅡ인생을 가르쳐준 동물과 자연과 사람들
이 책에는 베릴 마크햄이 아프리카에서 보낸 30여 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야기에는 모든 시간을 함께해온 친구들이 있다. 늘 주변에 든든하거나 우스꽝스럽거나 지혜로운 동물과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사냥개 ‘불러’는 특별했다. 불러는 거의 모든 일에서 그녀와 공범이었기 때문에 그의 길지 않은 생도 파란만장했다. 표범과 혈투를 벌이고, 사냥에서는 앞장서서 달려가며, 자기보다 여섯 배나 큰 멧돼지와의 싸움에서 허연 갈비뼈가 들어날 정도로 다쳤으면서도 끝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심지어 사자 앞에서도 절대 꼬리를 내리지 않았다. 그의 털가죽에 흉터들이 문신처럼 새겨질 만큼 거칠고 공격적이었지만 그녀에게만은 변함없이 충성하는 착한 친구였다.
이밖에 사냥을 가르쳐준 아랍 마이나나 훌륭한 조력자 아랍 루타, 비행의 스승 톰 블랙, 코끼리 수색을 함께한 데니스, 블릭센 등은 언제나 같은 곳을 향하는 나침반처럼 그녀의 여정에 힘을 보탰다.

ㅡ집을 떠나 몰로로, 시대를 넘어 열린 내일로
혹독한 가뭄으로 아버지의 은조로 농장이 문을 닫게 되자, 베릴 마크햄은 그녀의 첫 번째 말 페가수스에 안장 두 개를 싣고 홀로 몰로로 떠났다. 그때 나이가 열일곱이었다. 생계를 위해 아버지에게 배운 경주마 조련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마무리 훈련을 맡길 수 없다며 말을 데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제 막 뿌리 내리기 시작한 조련사로서의 명성이 꺾이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좌절하지 않았다. 차별의 시선이 만연하던 시대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여성 최초로 경주마 조련사 자격증을 따고 약체의 말을 우승으로 이끌어 관중을 놀라게 했다. 이후 수많은 경마 대회에서 우승하며 명조련사로 이름을 날렸다. 더 나아가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조종사가 되어 그 누구도 맘껏 가보지 못한 하늘에서 아프리카를 내려다보는 자유를 만끽했다.
헤밍웨이의 세 번째 부인이자 최초의 여성 종군 기자였던 마사 겔혼은 서문에서 “감동적일 정도로 용감한 이 열일곱 살 소녀는 다가올 미래를 위해 몸소 솔선수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해방’이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도 없는 환경에서 자랐고 관심도 없었겠지만, 그녀의 삶은 용기와 의지의 본보기라 해도 마땅하다고 평했다.

ㅡ마음이 이끄는 대로, 벽 없는 세상으로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들은 대담하고 열정적인 베릴 마크햄의 모습에서 생 텍쥐페리가 연상된다고 말했다. 작가이기 전에 비행사이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경험을 뛰어난 문학으로 남겼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은 한때 연인이기도 했다. 영미권에서 베릴은 누구나 아는 유명 인사이자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다. 많은 예술가와 모험가들의 연인이자 뮤즈였다.
또한 이 책과 비견되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카렌 블릭센과는 친구였는데, 그녀의 연인이었던 데니스는 물론 전남편인 폰 블릭센까지 베릴과 일을 하며 관계가 얽혀 연적의 대상이기도 했다. 성별에 따라 역할이 규정되고 여성의 활동에도 한계가 있던 1900년대에 베릴 마크햄은 일에서나 생활에서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고 파격적인 삶을 살았다.
“나는 어제들을 되새긴다. 그날들을 만든 시간이 좋았고, 그 시간을 만든 순간들도 좋았다. 나는 책임과 일, 위험, 쾌감, 좋은 친구들, 그리고 벽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가졌다.”

ㅡ비행을 통해 배운 자신과 마주하는 법
베릴에게 비행은 불안과 설렘을 함께 안겨주는 인생의 변곡이자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배움길이었다. 그녀는 바람을 타고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바다와 사막 위를 날아 밤의 한가운데를 비행하면서 “하늘 아래 사람들이 분주하게 살아가는 세상은 컵 하나에 담긴 낱알일 뿐”이라는 것을, “시끄럽게 울리는 소음이 꺼지기 전까지 그것이 위안이 되는 정적인 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루 밤낮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비행기에 혼자 있는 경험은 돌이킬 수 없는 고독감을 선사한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어둠에 반쯤 잠긴 계기판과 자신의 두 손뿐이니, 한 인간의 용기가 얼마나 작은지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밤에 낯선 사람이 당신 곁을 지나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처럼 깜짝 놀라게 한다. 그리고 그 낯선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ㅡ가장 먼 곳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깨달은 삶의 항로
1936년, 당대의 수많은 조종사가 동쪽으로 북대서양을 횡단하며 기록 비행의 역사를 경신했다.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영국에서 비행을 시도한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단 한 명도 없었다. 베릴 마크햄은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에어하트와도 반대의 비행이었다. 그 도전은 칠흑 같은 밤을 따라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맞바람과 지독한 고독에 홀로 맞선 최소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기록 비행을 넘어 큰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용감한 그녀 역시 두려움을 느끼고 이렇게 자문했다. “왜 위험한 짓을 사서 하지?” 그리고 이렇게 자답했다. “그렇게 타고난 걸 어떻게 해. 내게 비행기가 있고 하늘이 저기 있는 한 날 수밖에.”
베릴 마크햄은 이야기한다. 인간에게 고독과 외로움의 경험은 낯선 자신을 눈치채고 알아갈 기회라고. 우리가 비행을 하든, 꿈을 좇든, 익숙한 곳을 떠나든, 새로운 사랑을 하든, 모든 내일은 모든 어제와 다르기 때문에 열심히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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