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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 우리를 분열시키는 이슈에 대해 말하는 법
교양인
아리안 샤비시 지음, 이세진 옮김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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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우리에겐 더 강력한 논리가 필요하다!
우리를 분열시키는
기만의 언어를 뚫고 나가는
과감하고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사유!
분열의 언어와 가짜 논리가 미디어와 SNS를 뒤덮었다. 보수 정치인들이 내뱉는 ‘자유’ ‘공정’ ‘불법과 합법’ 같은 말들은 겉보기엔 흠잡을 데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차별과 배제를 선동하는 은밀한 ‘이중 언어’임이 드러난다. 전 세계를 휩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맞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All Lives Matter)’고 외치는 것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듯 보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인종차별의 현실을 은폐하는 가짜 논리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기후 위기 시대에 대중화된 ‘탄소 발자국’은 어떤가? 수많은 양심적 소비자들을 죄의식에 빠뜨린 이 말은 글로벌 석유 회사가 자본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고 만들어낸 기만적인 표어였다! 여성들을 무참히 죽이는 남성 폭력을 고발하는 ‘남자는 쓰레기다’ 해시태그 운동에 남성혐오라는 비난이 들끓었다. 남자는 다 쓰레기라고? 그러나 ‘남자는 쓰레기다’라는 총칭적 일반화는 남성 폭력 문화를 겨냥하는 정당한 언어임이 이 책을 통해 논리적으로 선명하게 밝혀진다.
기득권 세력은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고 분열을 유도함으로써 저항 세력을 무력화하려 한다. 이 책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문화 전쟁’의 최전선에서 철학적 분석과 논리적 반박이 어떻게 진실을 꿰뚫어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차갑고도 뜨거운 목소리다. 저자 아리안 샤비시는 ‘비판적 탐구’라는 철학의 정신에 입각해 성차별, 인종차별, 정치적 올바름(PC), 도그휘슬(dog whistle), 구조적 불평등을 비롯한 오늘날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정치적 주제들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그 핵심을 파고들어 전복적으로 해석한다. 이 책은 공론의 장을 점점 더 위협하는 언어 양극화의 현실에 맞서 저항의 언어를 벼리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감하고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논리적 사유의 현장이다.
<b>‘문화 전쟁’ 최전선에서 벼리는 저항의 언어
저항의 언어는 언제나 위태롭다. 억압과 분열의 언어에 맞서 싸우는 말들은 그 본의가 쉽게 왜곡-과장되거나 흔히 말꼬리 잡기식 공세에 시달린다. 논점은 이탈되고 흠집 잡기가 시작된다. '말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 '이러다간 아무 말도 못 하겠네!' 차별이나 혐오가 직접 언급되기보다는 그들끼리의 언어로 암호화되어 은밀히 퍼지기도 한다. 이러한 속임수 탓에 문제를 지적하기조차 쉽지 않을뿐더러 지적하더라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오히려 예민한 사람, 농담에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 취급받기 일쑤다. '지나치게 의미 부여하는 거야.' '피해망상이야.' 우리의 해방의 언어가 세상을 바꾸기도 전에 무너지고 주저앉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싸워야 할까?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는 우리 일상을 에워싸고 있는 ‘문화 전쟁’에 대한 철학적 해부이자 차별과 혐오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논리적 안내서다. 아리안 샤비시는 철학 교수로서 숱한 토론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받았던 질문들과 사회적-정치적 현안과 관련해 언론 매체에 꾸준히 글을 쓰며 받았던 피드백들을 포함해, 깊이 있는 철학적 지식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풍요로운 사례들을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녹여 냈다. 샤비시는 역차별 논란,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 표현의 자유 제한, 기후 위기의 책임 문제 등 오늘날 가장 논쟁적인 이슈들 속으로 들어가, 냉철하게 분석함으로써 논쟁의 장 자체를 뒤흔들고 전복한다. 어떤 문제가 의제화되고 어떤 사실이 은폐되는가. 어떤 개념과 논리가 시선을 끌고 논란을 야기하는가. 샤비시는 논쟁의 배후를 날카롭게 해부함으로써 권력의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을 교차성, 총칭적 일반화, 인식적 불의를 비롯한 철학의 도구를 사용해 명료하게 밝혀낸다.
<b>‘남자는 쓰레기다’라고 말하면 성차별인가?
2017년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남자는 쓰레기다’ 해시태그 운동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남성의 강간-폭력 문화를 폭로했다. 그러나 곧바로 문제 없는 ‘평범한’ 남자들까지 싸잡아 욕한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고 ‘모든 남자가 그렇지는 않다’라는 반발에 직면했다. 논의의 중심을 문제 있는 남성에서 문제 없는 남성으로 교묘하게 옮기는 전형적인 논점 이탈이자 주의 흐리기 전략이었다. ‘남자는 쓰레기다’가 ‘혐오 표현’이라면 ‘어떤 남자는 쓰레기다’라고 고쳐 말해야 하는 걸까? ‘남자는 쓰레기다’라는 말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가?
<b>암호화된 혐오 ‘도그휘슬’, 감춰진 혐오 ‘무화과잎’
‘도그휘슬’과 ‘무화과잎’은 차별과 배제를 선동하는 이들이 취하는 간접적인 말하기 방식인데, 타인의 정치적 견해를 은밀히 조종하는 힘을 갖고 있다. ‘도그휘슬’은 언뜻 평범한 말처럼 들리지만 특정한 사람들만 알아듣게끔 정치적 메시지를 암호화하는 것을 뜻한다. 보수 정치인들이 ‘자유’를 거듭 강조함으로써 사회주의적 가치를 표방하는 세력을 배제한다는 신호를 보내거나 ‘불법 시위’라는 말로 집회의 당사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식이다. 한편 ‘무화과잎’은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나는 이슬람 친구가 많지만-' 하고 덧붙이는 말인데, 자기 발언에 담긴 공격성을 은폐하거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교묘한 술수다. 이들은 혐오의 말을 내뱉으면서도 뻔뻔하게도 혐오주의자라는 혐의는 피하려 한다.
<b>‘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말은 왜 문제적인가?
2020년 백인 경찰의 과격한 진압으로 인해 비무장한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가 거세게 일었고, 그 영향은 전 세계로 퍼져 반(反)흑인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잇따랐다. 반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점차 힘을 얻자, 이 구호에 반대하는 이들이 나타나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들 중 일부는 이미 인종차별은 극복되었고 우리가 ‘탈인종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피부색을 따지는 것이 오히려 분열을 자초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이들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구호는 사실상 다른 생명, 특히 백인의 생명이 소중하지 않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주장했다. 왜 백인들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말 속에서 백인에 대한 배척을 읽어내는 것일까?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가 담고 있는 함의는 무엇일까?
<b>‘정치적 올바름’은 좌파의 독단주의인가?
‘정치적 올바름’은 흑인, 여성,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과 차별 행동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정치적 행동을 가리킨다. 대표적으로 영어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검둥이’라는 뜻의 인종차별적 비방인 ‘니그로(Negro)’, ‘니거(Nigger)’라는 단어를 피하기 위해 ‘N단어’로 지칭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의 ‘과도한’ PC주의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문화 전반을 경색시키는 ‘독단주의’라고 비판한다. ‘정치적 올바름’은 '군중의 광기'(더글러스 머리), '좌파의 집단주의'(조던 피터슨)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표현이 자유로워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혐오 표현을 막는 금기어를 늘린다고 해서 문화 전체가 경색되고 전체주의로 흐를 것이라는 주장이야말로 지나친 비약이자 논리적 오류(미끄러운 비탈길 오류)에 해당한다.
<b>불신당하는 여성의 말
여성과 유색인종의 말은 왜 자꾸 의심받는 걸까? 신뢰에는 인종과 젠더에 따른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정 집단은 지나치게 신뢰받고(신뢰 과잉) 다른 집단은 툭하면 의심받는다(신뢰 결여). 신뢰받는다는 것은 인격적으로 존중받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키우지만, 반대로 불신받는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는 공동체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신뢰를 배분하는 방식을 근본부터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 특정 집단만 무비판적으로 믿어서는 안 되며, 우리가 이미 그들에게 무비판적으로 신뢰를 내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b>‘탄소 발자국’이라는 사기극
개인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가리키는 ‘탄소 발자국’ 개념은 기후 위기 시대에 환경적 정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자극했다. 그 수치에 따라 자가운전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을 지향하며 찬물로 세탁하는 일에 사람들이 점점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 ‘탄소 발자국’ 개념은 구조의 결함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기 위해 글로벌 석유 회사가 의도적으로 대중화시킨 것이다. 공정 무역 커피, 친환경 세제, 자선 단체 기부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죄의식을 자극해 사회적 시스템의 결함을 가리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마케팅이었다. 하지만 개인이 끼치는 기여가 미미하고 지배적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기후나 빈곤 문제에서 개인의 책임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불평등한 구조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철학 교수. 쿠르드계 영국인으로 케임브리지대학과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과 천체물리학을 공부했다. 현재 브라이턴&서식스 의과대학(BSMS)에서 응용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윤리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젠더, 인종, 이민 문제에 관한 여러 편의 철학 논문을 썼다.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으며, 〈가디언〉, 〈인디펜던트〉, 〈프로스펙트〉, 〈이코노미스트〉에도 기고하고 있다.
샤비시는 자신의 첫 책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Arguing for a Better World)》에서 이슬람 가정에서 자란 비백인 여성으로서 자신의 교차적인 정체성을 인식의 도구로 삼아 뜨거운 정치적 이슈에 뛰어들어 도전적인 사유로 잘못된 논쟁의 구도에 균열을 낸다. 이 책은 날카로운 논리적 분석의 메스로 우리 시대의 정치·사회적 쟁점을 해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들어가는 글 _ 단 일 밀리미터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1장 백인도 인종차별당할 수 있나 : 역차별 딜레마
특권을 무기로 삼는 사람들 / 차별을 합리화하는 논리 / 구조로 작용하는 억압 / 남자도 차별당한다? / 중첩되고 교차하는 정체성 / 소수자가 소수자를 차별할 때
2장 차별과 배제를 선동하는 은밀한 말 : 도그휘슬
중립적인 듯 배제하는 말 / 도그휘슬, 혐오를 퍼뜨리는 암호 / 적당히 가리고 드러내는 ‘무화과잎’ /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해' /
3장 남자는 쓰레기다? : 총칭적 일반화
해시태그 ‘남자는 쓰레기다’ / 쓰레기다움의 증거들 / 젠더와 남성성 / 논점 이탈과 주의 흐리기 / 언어철학에서 배운다 /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4장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 가짜 논리
피부색을 따지지 말자고? / 반대 논리는 논리적인가 /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가 어때서? / 백인은 그들의 죄를 알고 있다 / 인종 자본주의를 넘어서
5장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 권력, 고정관념, 신뢰
누가 신뢰받고 누가 불신받는가 / 신뢰 과잉과 신뢰 결여 / 과학이라는 이름의 고정관념 / 가면 증후군과 이중 구속 / 불신의 함정에 갇힌 사람들 / 거짓말하거나 침묵하거나 / 신뢰 결여가 서로 충돌할 때 / 나무의 증언을 듣자
6장 누가 설명하는가 : 설명적 불의
설명이란 무엇인가 / 스플레인, 무지에 기반한 자신감 / 무엇이 설명되고, 무엇이 설명되지 않는가 / ‘이해해주지 않기’ 전략
7장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 : 예절과 금기
선을 넘는 올바름? /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들 / 성별화된 욕설의 정치학 / 발설할 수 없는 금기어 / 아무도 낙오되지 않는 사회
8장 캔슬 컬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가 : 외면과 희생양
도편 추방과 캔슬 컬처 / 누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가 / 희생양 만들기, 희생양 추방하기 / 사과의 딜레마 / 정의는 어떤 모습인가 / 작품과 작가의 분리는 가능한가
9장 불평등 구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 보편화 가능성
구조적 불의와 개인의 책임 / ‘탄소 발자국’이라는 사기극 / 고기를 얼마나 먹는 것이 타당한가 / 개인이 집단을 이룬다 / 담배 규제에서 얻는 교훈 / '잘못된 삶을 올바르게 살 수는 없다'
나가는 글 _ 우리에겐 나무와 꿀벌이 있다
감사의 글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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