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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한 남자

불란서책방

펠릭스 발로통 (지은이), 김영신 (옮긴이)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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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목차
삶은 의도만큼 의도하지 않은 행위들로 결정되는 것일까. 28세의 젊은 미술평론가 자크 베르디에가 자기 삶을 반추한다. 타인의 죽음을 부르는 불길한 삶. 불의의 사고들. 누구를 해치려는 사악한 의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형언할 수 없는 부주의와 사소한 허영이 있었을 뿐. 자신의 책임을 집요하게 되물으며 그늘 속을 배회하는 청년은 자기 운명이 죽음을 부르는 숙명에 내몰렸음을 깨닫는다. 그가 애절하게 갈구했던 사랑마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마지막 희생자가 되자, 그는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는다.

발로통이 그려내는 세계 속 인물들은 언제나 그림자의 음모 속에 놀아난다. 그림자가 비밀스레 속삭이고, 우리를 얽맨다. 의지와 다짐, 생각과 계획은 그림자의 속삭임 앞에 속수무책이다. 침묵해야 할 때 말하게 하고, 말해야 할 때 침묵을 강요한다. 사랑이 폭력이 되고 폭력은 체념을 낳고 체념은 다시 갈망을 불러일으켜 눈먼 사랑이 되는 종잡을 수 없는 순환의 고리 속에서 베르디에는 길을 잃는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는 의지가 매번 타인을 속이기도 하고, 결국 진실이 언제나 진실이 될 수는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바로 베르디에와 우리를 슬픔과 절망, 그리고 분노로 향하게 한다. 우리는 모순적이고 안달하고, 쉽게 상처받고 어렵게 화해하며, 금방 잊거나 아주 오래 간직한다.

우리의 의지만큼 우리의 불의가 우리 삶을 주관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삶을 지속하는 것이 끊임없이 타인을 침해하는 사건의 연속이라면 우리는 그런 삶을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사건들에 의도가 없었다면. 베르디에는 무해한 존재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했지만, 우리는 자신을 극복하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나, 어떻게 우리는 자신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가 우리 밖으로 나갈 수 없듯,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극복한다는 환상만을 갖는 셈이다. 환상을 유지할 때 우리는 낙관하고, 환상이 깨질 때 슬픔을 느낀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삶에서 낙관도 비관도 없이 매 순간 솔직함과 진실을 찾는 수밖에 없다. 현재에 우리 자신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 삶이고, 그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면, 슬픔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것 말고는 슬픔의 도리란 달리 없다. 자크 베르디에 씨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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