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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밤, 어제의 달 - 언젠가의 그 밤을 만나는 24개의 이야기

티라미수 더북

가쿠타 미츠요 (지은이), 김현화 (옮긴이)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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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그저 밤이기에 더 깊어진 감정이 있다
달처럼 고요한 문체로 전하는 밤의 특별한 감성

낯선 타국에서, 낯익은 도시에서 마주한
언젠가의 그 밤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밤’에는 확실히 ‘낮’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한낮의 소란스러움이 차분히 내려앉고 하늘이 오렌지색에서 남색으로 그리고 점점 더 어두운 빛깔로 물들기 시작하면,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세상이 펼쳐진다. 바로 ‘밤’이라는 깊고 고요한 세상이. 가쿠타 미츠요의 새 책 《천 개의 밤, 어제의 달》에는 낯선 타국에서, 그리고 낯익은 도시에서 언젠가 한 번쯤 만나봤을 법한 밤의 짙은 감성이 가득하다. 《종이달》의 저자이자 나오키상 수상 작가이기도 한 그는 여러 가지 주제를 그에 딱 맞는 문체로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담백하게 표현해내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번 책에서는 밤을 닮은 잔잔하면서도 고요한 문체를 만나볼 수 있다.
책에는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마주한 각양각색의 밤이 펼쳐진다. 인공적인 건물이 하나도 없는 몽골의 대지에서 바라본 잿빛 밤. 새벽 1시가 넘도록 네온사인이 반짝이던 도쿄의 밤. 우뚝 솟은 기암 사이사이로 빛나던 별을 올려다보던 그리스에서의 밤. 이제 그만 사랑을 접기로 마음먹었던 플랫폼에서의 밤. 이사하는 날, 짐 박스로 가득한 방 안을 살펴보기라도 하는 듯 창문에 찰싹 들러붙은 까만 밤……. 밤은 실로 다양한 얼굴을 하고 다양한 감성을 선사한다. 그가 전하는 갖가지 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애잔하면서도 그리운 느낌을 가득 안고 밤의 세계를 함께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밤 특유의 분위기와 저자의 사유가 한데 어우러진 이 책은 밤의 정서를 깊이 느끼고픈 이에게 더없이 좋은 한 권이 될 것이다.

밤엔 누구나 혼자가 된다
‘밤’의 본질을 알아차리는 고즈넉한 시간。


떠들썩하고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한 낮 동안 바깥을 향하고 있던 시선이 밤이 되면 잠잠히 내면으로 방향을 돌린다. 그러다 보면 누구와 함께 있든 아니면 홀로 있든 간에 ‘나’라는 존재가 외딴 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누구나 혼자라는 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바로 밤인 것이다. 밤은 이렇듯 ‘나’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욕조가 망가졌던 어느 밤, 부모님과 함께 시내 목욕탕으로 향하던 때 작가는 처음으로 밤을 만났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그때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고. 아빠도 엄마도 분명 곁에 있는데 마치 외톨이처럼 느껴졌다고. 낮에 탔던 것과 똑같은 버스는 오직 밤이라는 이유만으로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외톨이라고 느끼던 그 어린 날의 마음이 밤이 가진 본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밤은 싫든 좋든 우리가 혼자임을 깨닫게 한다”라는 그의 말에는 밤이 가진 고독한 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많은 밤을 친구와 연인과 함께 보낸 20대의 젊은 시절을 떠올려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늘 사람이 있었지만 그 시간을 돌이키면 어쩐지 사람들과 헤어져서 혼자 길을 걷는 모습만 기억난다고. 아마도 그건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 만났던 시간이 가장 가슴 깊이 남기 때문 아닐까.
어둑어둑해지면 세상은 모습을 달리한다. 낮에는 모든 것이 선명하여 불확실한 부분이 없다. 하지만 어둠이 찾아오고 밤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같이 있는 누군가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늘 봐왔던 사물이 낯설어지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누구나 혼자라는 사실을. 밤에는 그 사실을 알게 하는 힘이 있다. 작가가 ‘밤의 본질’이라 표현한, 낮에는 느낄 수 없는 기묘한 어떤 힘이.

“이곳에서 밤은,
분명 언제든 내 편이다”
밤의 한가운데서 얻는 위로와 위안。


살아가다 보면 가슴 아픈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누군가와 영영 이별하게 되어 슬픈 순간도 있고, 사랑을 끝내야 해서 쓰라린 순간도 있다. 작가 또한 오래 전 아버지와 이별하는 아픈 시간을 경험했고, 어머니와 영원히 인사하는 슬픈 시간을 보냈다. 짝사랑하던 이에게 마음을 전하지도 못한 채 홀로 감정을 정리해야 하던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를 위로해준 것은 ‘밤’이다. 아버지가 떠날 때에도 어머니가 떠날 때에도 그는 밤 속에 머물렀다. 병원은 마음을 달래기에 결코 좋은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밤이라는 시간 속에서 병원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영혼이 왕래할 수 있는 어딘가 ‘열려 있는’ 느낌이 들고, 부모님의 영혼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드는 공간. 그래서 시간이 흐른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신비한 믿음이 생기는 곳이 된다. 밤이 병원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장소로 변모시킨다.
젊은 시절, 짝사랑하던 이를 더 이상 만나선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하던 날에도 밤은 그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에게 다시 연락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밤. 사랑에 실패했다는 생각은 들어도 슬프고 괴로운 감정에 잠식당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침이 가까워오는 밤 속을 걸으며 짝사랑하는 동안 무척 즐겁고 행복했던 것 같다고, 그 사람과 있는 동안 아주 예쁜 것만 본 듯한 느낌이 든다고 그는 말한다. 남색 하늘이 천천히 옅어지면서 먼 저쪽부터 밝아오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부모님을 보내던 순간에도, 사랑하는 이와 더 이상 만나지 않기를 결심한 순간에도 그가 담담히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잠잠히 존재하는 밤 덕분일 것이다. 밤은 그저 시간을 나눠놓은 것에 불과하고 어두운 때를 지칭하는 말일 뿐이지만, 우리는 안다. 마음이 소란하고 어지러울 때 밤이 우리 편이 되어준다는 것을. 차분하고 고요한 그 시간이 지친 우리의 마음을 소리 없이 만져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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