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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위대한 승리일 뿐

안온북스

김솔 (지은이)

2023-10-30

대출가능 (보유:1,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세상의 진실을 찾아 헤매는 부랑자들의
살아남은 슬픔과 생에 대한 통찰


장소와 시대, 인물과 역사를 가장 구조적으로 소설화하는 작가 김솔의 열두 번째 작품집 《사랑의 위대한 승리일 뿐》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총 여섯 장으로 구성된 이번 장편은 홀수 장과 짝수 장이 엇갈리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결국 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를 실행하기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한 이야기에서는, 중남미를 떠돌다 사지가 잘려 나가는 사고를 겪은 뒤 부랑자 보호시설로 들어온 파블로가 오직 ‘입’을 통해 말하고 먹는 욕구만으로 생을 연명한다. 그런 그의 앞에 죗값을 대신해 천 시간의 봉사 활동을 부여받은 ‘형제’가 나타난다. 파블로는 자신의 기나긴 여행에서 빚어진 이야기와 시설에서 맛볼 수 없는 맛있는 요리를 맞교환하는 뒷거래를 시도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십삼 년 전 한 청년을 사랑한 대가로 그의 아버지에게 이용당해 살인미수로 복역하고 세상을 떠돌다 부랑자 시설로 들어온 내가 등장한다. 나는 청년을 사랑한 대가로 그의 욕정에 의해 훼손되었고, 십삼 년이 지난 뒤에야 이곳 부랑자 시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나는 내부의 조력자들을 이용해 처절한 복수를 계획한다. 이 계획은 잔혹한 죄를 지은 자에게 정당한 처벌과 용서가 이루어지는 정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이며, 내가 살아남은 유일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보호시설의 괴팍한 이야기꾼과 유별난 사고뭉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에 그를 궁지로 몰아넣어 간다. 이 치밀한 계획은 중도의 난관에도 불구하고 변칙을 예상한 또 다른 계획에 의해 최후의 암살자를 준비한다. 서로 다른 듯 보이는 이 두 이야기가 어떻게 맞물려 한 편의 완벽한 복수극을 완성할지…… 복수의 설계자와 암살자를 찾아가는 긴박한 여정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세상을 탐독하는 작가가 직조해낸 알레고리의 세계

세상에 대한 지독한 성찰로 삶의 아이러니를 그려내는 작가 김솔이 새롭게 펼쳐낸 이야기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절망적이다. 그의 묘사대로 하면, “인간은 하느님의 권위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동원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기에 삶은 허망하고 끔찍하며 억울하게까지 느껴진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위해 습관적으로 타인을 죽이는 인간과 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죽이는 인간들이 벌이는 악의 소굴 같은 세상에서 인간은 아직 닿지 못한 세계를 놔두고 삶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자신의 죄악에 의해 여러 인간의 운명을 바꾸며, 인간 스스로 자신의 죄악을 줄이거나 없앨 수 없다는 명징한 진실과, 모두가 감당해야 하는 상처만 불어나는 세상에서 죗값에 대한 정당한 요구가 한 편의 복수극으로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김솔 작가가 세상의 끝을 향해 가는 인간들을 나열하며 각종 수사와 장광설을 통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허무를 지우고 초월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성취하고 누리는 삶이 아닌 온전히 이야기로 남은 사람들의 삶은 소설의 존재 이유마저 드러낸다. 인생의 포악함과 아이러니는 인간 자체의 어리석음을 통해 웃음을 빚어내고, 그들을 향한 세심한 통찰은 겹겹의 알레고리 속에서 가장 소설적인 작품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신은 인간을 절망시키기 위해 운명을 발명했고 모든 인간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신의 농담과도 같은 시험대에서 그 고약한 장난에 당황하지 않고 존엄하게 대처하고 싶은 하나의 격식으로서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누군가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를 쓴 자가 아니라 읽는 자일 것이다.

천 시간 안에 한 생명을 파괴하기 위해 설계된 숨 막히는 복수극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홀수 장과 짝수 장이 화자를 달리한다. 숨겨진 상징을 찾는 것 이상으로 분리된 이야기의 아귀를 꿰맞추어 온전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일이 독자들에게 내맡겨진다. 주사위처럼 두 면이 바라보는 구조로 여섯 개의 침대가 마주 보고 있는 ‘겟세마네’라고 불리는 중증환자실에 하나의 침대가 더해진다. 실명을 알 수 없는 가운데, 파블로, 페드로, 후안, 필리페, 앵무새, 다묵장어, 안드레 일곱 명의 기구한 경험과 현재 상태가 그려진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정체를 숨긴 한 피해자는 십삼 년 전 처절한 배신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스스로 몸을 가눌 수조차 없는 이 중증환자실에 가해자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말간 얼굴로 또 다른 죗값을 치르기 위해 스스로 걸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누구보다 가해자의 성정을 잘 알기에 예술적 기질에서 착안해 세상으로 향한 뇌관을 스스로에게 겨눌 수 있도록 자극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장광설을 뽐내는, 붉은 라디오로 통하는 파블로를 통해 끊임없는 이야기로 허영심을 부추기고 영감을 불어넣기도 한다. 다시 일탈을 감행하도록 폭동을 일으키도록. 그리고 그사이 앵무새와 다묵장어를 통해 가해자의 망각을 일깨울 단서들을 흘린다. 망각의 퍼즐을 맞춰 스스로 파멸하게 할 제삼의 시나리오와 함께. 하지만 제일 시나리오는 파블로의 탐욕으로 누설되고 제삼의 시나리오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모든 실패를 예상한 제이의 시나리오 속 암살자가 준비하고 있기에 소설은 끝을 향해 갈수록 숨 막히는 흐름과 계산이 발동되며 소름 돋는 결말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벌주고 싶은 마음과 이로부터 탄생하는 생명력 사이에서 인간을 향한 내밀하고 집요한 증오와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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