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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세

작가정신

오한기 (지은이)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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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실종된 세계, 실종된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만세’를 외치는 오한기식 ‘진짜’ 리얼리티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오한기 신작


한국 문학에서 가장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작가 대열의 선두에 선 오한기의 『인간만세』가 <소설, 향>의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답십리도서관 상주 작가 경험기를 토대로 한 『인간만세』는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기존 소설의 관습과 문법을 비틀며 ‘소설 이후의 소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향해 종횡무진 나아간다. 소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청탁으로, 작품을 써야 하는 소설가 ‘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설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간 있었던 도서관에서의 일화들을 떠올리고 있는데, 그의 앞에는 중대한 두 가지 문제가 놓여 있다. 바로 강연용 무선마이크를 분실했다는 것과 어디선가 계속 ‘똥!’이라는 외침이 들려온다는 것. 상주 작가 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마이크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이 괴이한 외침은 도대체 누구의 짓일까. ‘나’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두고 무척이나 괴로워하는데, 상주 작가를 그만두면 될 일이겠지만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문학이란 과연 무엇이고, 인간 존재란 또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질문들이 ‘똥!’이라는 단말마로 요약되고 마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나’는 다름 아닌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꾸준히 좇아온 독자라면 이번에도 ‘쓰는 화자’를 내세운 오한기의 더욱 집요하고도 꾸준한 탐색이 놀랍고도 반가울 것이며, 처음 만나는 독자라도 시대착오적인 등장인물들, 어처구니없지만 정교한 상상력, 비논리를 논리적으로 끌어가는 내러티브와 기묘한 핍진성을 마주하며 ‘소설 그 자체로서의 소설’이 불러일으키는 신선한 사유와 감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201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오한기 작가는 3년 만에 첫 소설집 『의인법』을 출간하고, 이후 홍학으로 변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 『홍학이 된 남자』,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새로운 역사적 적대’를 창조해낸 『나는 자급자족한다』, 타자-되기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가정법』 등을 펴내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적극적이고 끈질긴 ‘소설가 소설’의 발신처”(문학평론가 한영인), “앞으로의 소설이 나아가야 할 한 방향”이라는 호평을 받아온 오한기 작가는 이번 신작 소설 『인간만세』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또 한번 증명해낸다.


▶ 출판사 서평

답십리도서관 상주 작가 타이틀 수호를 위한
종횡무진 도서관 활극!


답십리 도서관 상주 작가인 ‘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청탁으로 임기를 마치기 전 제출해야 하는 소설을 구상 중이다. 그러나 ‘나’의 앞에는 해결 못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하나는 답십리 고전 강독회의 유일한 회원인 KC. 화학과 교수인 그는 틈만 나면 문학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고 ‘나’를 몰아세운다. 상주 작가 입지를 지켜야 하는 ‘나’로서는 그를 그저 인간의 화를 돋우기 위해 설계된 로봇이라 여기며 분노를 삭힐 뿐이다.
다음은 답십리도서관 관장과 일제 무선마이크. 장차 스스로 문화부 장관이 될 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소설가 출신 관장이 마이크를 잃어버린 ‘나’에게 잔소리를 퍼붓기 때문. 같은 제품을 사서 내밀어도 소용없다. 동일한 일련번호가 매겨진 마이크를 무조건 찾으라며 편집증적 강박을 드러내는 관장. ‘나’는 관장을 “훈수를 두기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인간”이라 정의 내리고 비장의 수법을 쓰기로 한다. 바로 피하고 숨기 신공이다.
한때는 한 달에 200만 원 벌기가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고 쾌재를 불렀건만, 상주 작가로서 감당해야 하는 고난은 정도를 더하며 계속된다. 마이크 분실의 원인은 동시 특강 수강생이던 초등학생 민활성이란 아이가 마이크를 들고 달아났기 때문인데, 그 뒤 아이의 외침이 마이크를 타고 도서관 전체에 울려 퍼졌던 거다. “똥!”이라는 외마디 소리는 작업실에서, 수업 시간 내내, KC가 문학 혐오 발언을 던질 때도, 관장의 잔소리 폭격에도 무차별적으로, 불시에, 잃어버린 무선마이크를 타고 ‘나’의 귓전을 맴돈다.

문학의 가치를 부정하는 교수-로봇 KC
마이크를 갖고 달아난 초등학생 민활성
도서관에 울려 퍼지는 의문의 ‘똥!’ 소리……

그리고 갑자기 날아든 의문의 예고장,
“문학적으로 작가님을 살해하겠습니다”


KC, 관장, 민활성, 마이크, 똥 소리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답십리도서관 내에서 벌어지는 소동에 불과했다면, 이제 도서관 밖에서 상주 작가로서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중대한 예고장이 날아든다. “문학적으로 작가님을 살해하겠습니다”라는 단 한 줄의 메일이 바로 그것이다. 발신인은 “상주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인간”, 진진. 답십리동에서 나고 자라 5살 때부터 30년간 꾸준히 도서관을 드나들며, 습작품도 데뷔작도 장편소설도 모두 이곳에서 완성한 막강한 ‘지연’의 소유자인 그는 걸작을 쓸 가능성이라곤 전혀 없는 ‘나’ 때문에 상주 작가 선발에서 밀려났다는 데 원한을 품는다. 그가 문학적 자존심을 걸고 승부를 가르자며 결투를 신청했지만 ‘나’는 무시해버렸고, 그러자 ‘살해하겠다’는 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진진의 협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근거리를 맴돌며 반경을 점점 좁혀오고, 마이크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그 와중에도 민활성의 “똥!” 소리는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나’는 집필을 방해하는 온갖 공작에도 무사히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아니, 무사히 상주 작가 임기를 마칠 수나 있는 걸까.

소설에 의한, 소설을 위한, 소설의 ‘소설’
“기대해. 진정한 리얼리즘 소설을 보여줄게”


한편, 현재 ‘나’의 목표는 훌륭한 리얼리즘 소설을 쓰는 것이다. ‘나’는 “인간의 근원적 본성과 내면에 대한 소설,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소설화”하기로 결심하는데, 그래서 떠오른 게 바로 ‘똥’이다. 인간이 아닌 생물종을 배제하고 생각하면, 먹고 배설하는 존재인 인간을 통찰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소재라는 것. 심지어 똥은 사회 시스템의 오류와 국가 차원의 음모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의 집필 계획은 공무원 후배의 무반응에 금세 좌절되는데, ‘나’는 타고나길 비위가 약해서, ‘똥’이란 비유가 식상해서, 후대 도서관 상주 작가에게 ‘똥의 작가’로 소개되고 싶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까지 더하여 결국 똥의 포화로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는 내용의 소설 쓰기를 포기하고 만다.
리얼리즘 소설을 쓰겠다는 ‘나’의 열망은 곧 ‘걸작’을 쓰고자 하는 욕망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나’의 비장한 결심은 때로 얼토당토않은 이유들로 손쉽게 좌절되고,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조롱당하며, 그에 다시 “리얼리즘이 별거야? 현실이잖아. 내 현실은 도서관이야”라며 리얼리즘에 대한 욕망을 불태우는 무한반복의 굴레에 빠져들게 된다. 리얼리즘 소설을 화자가 구현하고자 하는 ‘진정한 문학’으로 치환하면, 곧 문학의 효용과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제기하면서도 계속 쓸 수밖에 없다는 아이러니한 작가로서의 숙명처럼도 읽힌다. 소설 속 리얼리즘에 대한 ‘나’의 다짐과 정의는 수시로 모습을 달리하다가 점차 오한기 식의 ‘진짜’ 리얼리즘으로 이끌어가는데, 그와 동시에 “나는 지고 있다. 분명 내가 창작해낸 환상에 지고 있는 것이다. 이게 나의 리얼리즘이다”라는 ‘나’의 절규에 직면하게 된다.

“문학에서도 현실에서도 당신이 이겼습니다. YOU WIN!”
속지 않기 위해 서슴없이 길을 잃는 자들의
무모하고도 대담한 행진


라캉이 “속지 않는 자가 길을 잃는다”고 말할 때
오한기의 인물들은 “길을 잃으면 속지 않는다”라고
외치며 서슴없이 길을 잃는다. _강보원(‘작품 해설’ 중에서)

그럼에도 우리의 의문은 여전하다. 똥-괴물 EE의 배 속에서 울리는 민활성의 마이크 목소리는 대체 무엇이고, 똥 소리는 과연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게다가 진진이 화자의 분신이 아니라 실존하는 작가라 하더라도, 상주 작가가 무엇이기에 김수영의 후배 운운하며 “무기 없이” “온몸으로” 싸워 쟁취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과장된 사고와 행동을 하는 인물들이 벌이는 비현실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사건의 연쇄가 도리어 이 부조리한 세계를 또렷이 비춘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인간만세』는 실소를 짓다가 끝내는 통렬한 자기 직시에 가닿게 하는 ‘거대한 농담’에 가까워 보인다.
KC, 관장, 민활성, 마이크, 똥 소리, 괴물 EE, 진진, 그리고 ‘나’. 속지 않기 위해 서슴없이 길을 잃는 자들의 행보는 마치 작가 오한기의 분신들이 이루어낸 무모하고도 대담한 행렬처럼도 읽힌다. 정연한 논리와 인과관계가 무너진 서사 안에서 의미는 산화되며 종국에는 무엇이 현실이고 허구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결국 “세계 자체의 전면적 실종”이라는 모든 것이 무화되는 지점에 다다라서는, 행위 주체가 비장하면 비장할수록 그 모습은 더욱 우스워질 뿐이다. 그러나 오한기의 소설 속 인물들은 세계에 속지 않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싸워나가는 “미친 인물”들일지언정 “결코 바보가 아니”다. 답십리도서관이라는 특수하고 제한된 공간 안에서 제 식대로 세계와 존재의 부조리를 자유분방하게 고증해내는 이들은,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결코 속지 않겠다는 자기 확신과 의지를 가지고서 그렇게 끊임없이 ‘인간만세’를 외치고 있다.

작가정신 〈소설, 향〉
소설, 향香을 담다 : 소설, 반향響을 일으키다 : 소설, 향向하다
작가정신 〈소설, 향〉은 1998년 “소설의 향기, 소설의 본향”이라는 슬로건으로 첫선을 보인 ‘소설향’을 리뉴얼해 선보이는 중편소설 시리즈로, “소설의 본향, 소설의 영향, 소설의 방향”이라는 슬로건으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향’이 가진 다양한 의미처럼 소설 한 편 한 편이 누군가에는 즐거움이자 위로로, 때로는 성찰이자 반성으로 서술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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