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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르인의 사막

문학동네

디노 부차티 (지은이), 한리나 (옮긴이)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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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실존주의, 부조리, 마술적 사실주의가 녹아든
이탈리아 문학계의 기인이 쓴 20세기 환상문학의 고전

언제 올지 모르는 적을 기다리는 고립무원의 요새에서
한 병사의 일생을 건 적막한 사투가 시작된다

“잊히지 않도록 후세대가 지켜내야 할 이름들이 있다. 단연코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디노 부차티다.”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보르헤스, 카뮈, 칼비노, 망구엘, 쿳시, 마텔 등이 추천한
20세기 이탈리아 환상문학의 고전


“잊히지 않도록 후세대가 지켜내야 할 이름들이 있다. 단연코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디노 부차티다.”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20세기 현대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이탈리아 작가 디노 부차티(Dino Buzzati, 1906~1972)는 무엇보다 여러 작가로부터 희한한 대작 『타타르인의 사막』(1940)과 기막힌 단편들을 쓴 작가로 각인되어왔다. 일례로 이 작품에 영감받아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J. M. 쿳시는 한번 읽으면 “뇌리를 떠나지 않는 색다른 고전 소설”이라 했고, 이탈로 칼비노는 “소설의 진정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작품”이라 했으며, 얀 마텔은 “신기루처럼 빛을 발하는 소설”이라며 극찬했다. 그만큼 독자에게 몽환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대표작 『타타르인의 사막』은 마술적 사실주의에 속한 20세기 환상문학의 정수로서, 1976년 발레리오 주를리니가 영화화하기 전까지 여러 작가와 영화 거장(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데이비드 린, 루키노 비스콘티 등)을 매혹했다.
디노 부차티는 한국에서도 그간 이어령, 김현, 서영은 등 문인들의 독서 노트에서도 줄곧 언급되어왔다. 이 소설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의 위험이 언제 닥칠지 모른 채 미래의 영광을 상상하며 ‘희망의 대기실’과도 같은 요새에서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보내는 병사들은 오늘날 기후, 환경, 경제, 보건, 정치 등 각종 위기에 맞닥뜨린 채 일상을 영위해나가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밀리언셀러 『블랙 스완』의 ‘희망의 대기실에서 살다’라는 한 장에서 저자가 미래 위기와 대처와 관련해 『타타르인의 사막』이 전해주는 가치를 말하듯, 이 책이 지닌 고전의 가치는 다방면에서 인간과 운명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데 어떤 통찰력을 제공한다. <르몽드>에서 ‘20세기 책 100선’으로 꼽은 이 명작은 연극이나 무용 텍스트로도 곧잘 각색되어 사랑받아왔다. 이탈리아에서는 1988년 디노부차티국제협회가 설립되었고, 2016년 작가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행사가 있었다.

고립무원의 요새에서 아무도 모르는 적을 기다리는 한 병사의 부조리한 세계

“더는 이 초막 같은 요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울한 친구여. 당신처럼 다른 많은 이들이 너무나 오래 희망을 고집해왔다. 시간은 당신들보다 훨씬 빨랐고, 당신들은 다시 시작할 수 없으리.” _본문에서

『타타르인의 사막』은 총 30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군사학교를 막 졸업한 조반니 드로고가 ‘타타르인의 사막’이라 불리는 넓은 평원을 마주한 북부 국경지대의 바스티아니 요새로 파견되어, 평생에 걸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가상의 적군을 기다리며 펼치는 이야기다.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군대의 일상과 한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 평원, 그 국경지대에서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 존재 이유는 오직 무감각한 지평선 너머에서 여기로 언젠가 진군해올 적뿐이다. 북방의 이민족은 신비에 싸여 있고, 전설처럼 전해지는 소문만 있을 뿐 그 실체가 모호하다. 누군가는 이 요새의 환상을 깨닫고 떠나고, 누군가는 이 지루한 희망 고문 속에서 자신의 포부를 고수하다 죽으며, 누군가는 실수로 아군의 총에 맞아 죽는 전쟁 없는 전쟁태세 세계. 이 요새의 마법에 사로잡힌 군인들과 더불어 천천히 늙고 병들어가는 드로고는, 마침내 적이 왔을 때 새 병사들로부터 요새에서 쫓겨나, 어느 무명의 여관에서 “봄밤의 가벼운 회오리”처럼 찾아든 인생 최후의 적 죽음을 맞는다.
이 작품 발표 당시, 이탈리아는 1차대전이 끝나고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하에서 이 파국의 체제에 저항하는 분위기와 더불어 안팎으로 굉장히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기였다. 이런 대기 속에서 나온 이 소설은 삶과 죽음, 인간 실존의 문제와 끝없는 무無의 세계에 관한 알레고리를 명징하고 생생한 문체로 드러낸 수작으로 평가받으며, 작가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주었다. 누가 적이고 그 적이 실로 있기나 한 건지도 모른 채 끌려가는 부조리한 세계에 볼모처럼 잡힌 불안한 인간의 운명은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미혹과 실수와 고뇌로 얼룩진 한 편의 우화 같은 악몽으로 화한다.

화가 부차티의 전력이 담긴 표지, 시간과 욕망과 꿈의 마지막 스케치

부차티는 “기자와 작가를 취미로 하는 화가”라고 자신을 일컬은바, <코리에레 델라 세라>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도 여러 그림과 만화를 그리고 무대미술가로도 활동했다. 훌륭한 재능 덕에 이탈리아 최초의 그래픽노블로 불리는 독특한 책 『만화 시집』(1969), 2019년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화제가 된 삽화작품집 『시칠리아의 유명한 곰 습격사건』(1945)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로 쓰인 그림 역시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밀라노 두오모 광장>이란 제목하에 1950년대에 발표했다.
시각적 이미지를 눈에 선하게 그려내는 묘사력은 이 작품 속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요새 안팎을 휘감는 시간의 속도와 꿈속의 수수께끼 카드처럼 넘어가는 매 장면의 밀도는 읽는 이로 하여금 단번에 이 신기루 같은 풍경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30장에서 아무도 몰래 적요한 고통 속에서 외로이 사투를 벌이며 죽음을 맞는 드로고의 모습은, 죽음 앞에 선 단독자로서의 운명을 아는 인류 전체의 뇌리에 진정 감동 어린 소용돌이를 남긴다. 그는 과거의 욕망과 현재의 고뇌 속에서 미래의 진정한 인간으로서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참된 군인으로서의 영광을, 존엄을 다한 인류 최후의 보루를 지킨다. “과거의 일들이 숨어 있던 씁쓸한 심연에서, 부서진 욕망들에서, 그가 겪은 아픔과 상처들에서, 그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어떤 힘이 올라왔다... 조반니는 기운을 내어 가슴을 조금 펴고, 한 손으로 군복의 목깃을 정돈한다. 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창밖으로 향하고, 자신의 마지막 몫인 별들을 보기 위해 아주 짧은 눈길을 던진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아무도 그를 보지 않지만, 그는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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