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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다산북스

김현지 (지은이)

202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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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 이국종 교수 강력 추천 ★★★

“잘 살리고 잘 죽이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은 고작 그뿐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의사가 말하는 병원 너머 숨겨진 이야기

“나는 이 책을 몇 명이 탐독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저자의 노력은 반드시 활자화되어야 했다.
뼈를 깎아내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힘든 내과 의사 생활 동안,
그리고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동안
이런 백서를 남겨준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정말 보기 어려운 귀한 활자들이 세상에 남았다.”
- 아주대학교병원 이국종 교수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고 완치할 수 있는 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의사로서 가장 격렬한 분노를 느낀다.”

#1.
전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두 살배기 아기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곧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모든 응급실이 사용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즉시 전원을 요청했지만 주변 열세 곳의 병원 그 어디에서도 아기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아기는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치료받기로 하고 헬기에 올랐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 12시간 만에 숨을 거두었다.
아주대학교병원은 전주와는 무려 2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2.
눈 내리던 크리스마스이브, 모처럼 고요한 응급실이었다.
갑자기 병원이 시끄러워지더니 응급대원이 새하얀 천으로 덮인 침대를 밀고 들어왔다.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손쓸 틈도 없이 떠나버린 환자라고 했다.
‘이 좋은 날 자살이라니….’
씁쓸한 마음으로 천을 거둔 나는 그 자리에서 몸이 얼어붙었다.
한 달 전쯤, 내가 입원시켜 겨우 살려놓았던 환자였다.
30대, 아까울 만큼 젊었던 그는 끝내 자살 시도에 성공해 주검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3.
요양병원에 누워만 있는 김 할아버지는 병세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주 넘어지고, 음식을 삼키는 일이 전처럼 쉽지 않았을 뿐이었다.
요양병원은 그런 할아버지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콧줄’을 끼웠고,
자꾸만 그걸 빼려는 할아버지의 손을 묶어놓았다.
안 그래도 노쇠한 할아버지의 손은 점차 굳어갔다.
침대에만 누워 있느라 욕창이 생겼고, 근 손실이 왔다.
할아버지를 묶어둔 억제대를 잠시나마 풀어주려는 나를 보며
간병인은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할아버지에게 남은 일상이라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일뿐이었다.

이 안타까우면서도 저릿한, 누구라도 “대체, 왜?”를 부르짖게 만드는 이 이야기들은 모두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서울대학교 병원 내과 의사가 기록한
병원 너머 죽어간 목숨들에 대한 이야기!

이 책에는 저자가 대학병원 중환자실, 암 병동, 응급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며 목격한 수많은 환자의 사연이 담겨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자가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죽음들은 우리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눈물 흘리게 하며, 때로는 분노하게 만든다.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고 병원에 들러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어느 환자는 손사래 치며 그녀를 무력하게 만든다.
“이봐, 의사 양반. 대신 살아줄 거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렇게 그녀는 숱한 환자를 만나며 현대 의학만으로는 결코 환자를 살릴 수 없음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병원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의학이라는 영역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을.
치료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적절한 제도와 법이 없어서 죽는 사람도 있다.
10년간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가는 환자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임상의사로서의 한계와 무능력을 재확인해야 했다.” _본문 중에서

그녀는 환자가 누구든 간에 힘껏 살리고 싶었고, 최소한 떠나보내더라도 편안히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현대 의학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병원을 나서기로 결심했다.

“간절히 살리기 위해, 또 잘 죽이기 위해
나는 병원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녀는 이후 줄곧 목소리를 냈다. 물론 들이는 노력에 비해 변화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더뎠다. 가끔은 그 더딘 변화에 지쳐 무기력과 회의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었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기도 했다. 외로웠다. 병원 밖 세상에는 함께 눈을 맞추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는 든든한 동료들이 없었다.

“김 선생, 우리가 이렇게 노력한다고 세상이 정말 바뀔까요?”
“……바뀌어야죠, 바뀔 겁니다.”
힘주어 대답했지만 나 역시 애써 불안감을 눌러야 했다.
사실 그 대답은 나에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도 지칠 때마다, 뼛속까지 늘 흔들렸으니까. _본문 중에서

그럼에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100개를 바꾸려고 노력하면 적어도 하나는 바뀌니까. 그렇게 믿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세상이 바뀌니까. 그녀는 여전히 아픔에 신음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어떤 정책과 제도가 미비한지 살피고, 통계를 뒤지며 환자들을 대변하려 애쓴다. 그렇게 환자 너머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분투한다. 이 책에는 저자를 의사로서 자라나게 만든 애달픈 환자의 사연들과, 그 틈에서 어느 환자도 포기하려 하지 않았던 치열한 분투의 흔적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렇게 보람과 회의, 기쁨과 우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간다.
모든 의사가 그러하듯이.”

먼저 이 책에는 누구나 맞닥뜨리는 사람의 ‘끝’이 담겨 있다. 외과 의사가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죽음과 마주한다면, 내과 의사인 그녀는 처절하고 지난한 죽음과 마주해야 했다. 10년 넘게 죽음을 지키는 의사로 살면서 점차 죽음에 익숙해졌고, 환자를 ‘잘 떠나보내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 좀 죽여줘, 선생님.”
어안이 벙벙했다. 몇 초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적잖이 당황해 돌처럼 굳어 있는 내게 그녀는 더없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곧 죽을 거잖아. 뭘 먹지도 못하는데 배는 잔뜩 불러서 갑갑하기만 하고.
선생님, 나 이제 그만 살아도 될 것 같아.
가족들이랑 인사도 다 했으니까 조용히 보내줘.” _본문 중에서

내 몸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자괴감과 무력감 앞에 현대 의학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의사는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수많은 환자의 임종을 지키며 그 답을 찾아온 그녀는 조심스레 고백한다. 환자를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하다면, 나는 기꺼이 ‘잘 죽이는 의사’가 되어 평안한 죽음을 돕고 싶다고.

또한 이 책에는 그녀가 의사로서 만났던 외로이 아픈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은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아도 되는데도 유난히 더 아프다. 그녀는 현대 의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아픔과 사회적 차별 앞에 으스러진 건강과 생명에 대해 털어놓는다. 이는 비단 그들이 ‘가난해서’, ‘소수여서’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다. 너무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탓에 전문가가 아니면 들춰보지 않으려 했던 보건의료정책은 덕분에 여기저기 허점이 있고, 그 허점은 어쩌면 우리를 더 아프게 만들 수도 있다. 세상 곳곳의 면면을 담은 환자들의 이야기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책은 ‘김현지’라는 한 의사의 노동기이자 분투기이며, 생과 사로써 그녀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남겨준 모든 환자와 보호자들에 대한 헌사이다. 동시에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만인에게 성취 가능한 최선의 건강을 위하여.’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한 그녀의 캐치프레이즈는 굳세면서도 따뜻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그녀의 낙관적인 생각을 한 번쯤은 믿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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